전통적인 스포츠는 지역과 뗄래야 뗄 수 없는 환경에 있다. 오프라인에서 경기를 하고, 수 천~수 만 명의 관중을 이 경기에 모객해야 한다. 아무리 주말이더라도 그 정도 인원을 채우려면 경기장 주변 지역에서 사람들을 끌어와야 하며, 당연히 그 지역에서 스포츠단은 효과적으로 자신을 어필해야 하고, 연고지에 동화되어야 한다. 구단은 그것을 잘하고 있는가. 이 글은 기사가 아니다. 이 글은 도시에 대한 기행문이자 자유인의 입장에서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이다. 축구단의 연고지를 탐색하고 비슷하게나마 로컬 소비자나 손님의 시각으로 축구를 관람하면서 스포츠의 나아갈 미래를 생각해 보았다.

#노잼도시

‘노잼도시’, 언젠가부터 대전을 수식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대전에 가도 재미가 없다는 것. 좋은 별명은 아닐 수 있다. 당장 지자체에서도 ‘노잼도시’를 탈피하기 위한 대책을 언급했다. 더 나아가 대전광역시장을 뽑는 지방선거에서도 ‘노잼도시’를 응용한 논쟁이 나왔다. 어느 당적에 속하든, 시장은 ‘노잼도시’ 대전의 ‘이미지 개선’에 대해 언급한다. 누군가는 ‘노잼도시’를 불명예나 오명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보이며, 그 별명에서 탈피하기 위한 대책을 연구한다. 너무 당연하게도 ‘노잼도시’라는 지위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도 많을 것이다.

그 대응이 나올 정도로 이전 세대가 생각하는 대전은 지금과 달랐다. 그 당시 대전은 가봐야 볼 것 있는지 고민하는 곳이 아니라 무조건 가야하는 요충지였다. 대전은 교통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한 도시였다. 대전의 시작마저 극적이었다. 1905년 1월 1일에 경부선이 개통되고, 시골 마을이었던 한밭에 경부선이 지나가는 ‘대전역’이 들어섰다. 이후 호남선이 생겼다. 1970년대에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도 지나가게 되었고 심지어 대전 부근에서 두 고속도로의 분기점이 만들어졌다. 조금 먼 거리를 가기 위해서 대전은 무조건 지나가야 하는 도시였다. 대전은 그렇게 계속 발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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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대전은 과학기술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이후 대덕연구단지가 생기고 과학 연구소와 과학 관련 기업들이 들어왔다. 국립중앙과학관과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도 이 지역에 있다. 과학 인재를 육성하고 과학 연구 사업을 대전에서 주로 하고 있는 것이다. 1993년 대전 엑스포도 과학 중심의 박람회로 대전광역시가 과학 중심의 도시라는 인식을 더 뚜렷하게 만들었다. 전국의 학생들이 엑스포를 보기 위해 대전에 찾아갔다. 대전에서 수많은 경험이 생기고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이때도 대전은 시간을 써서 무조건 갈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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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상황은 다르다. 1990년대~2000년대 이후 사람들은 대전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중앙의 의도대로 대전역이 생기고, 주요 고속도로가 대전을 지나가며, 과학 시설과 과학 콘텐츠가 생겼지만 이제 대전을 굳이 지나가지 않는 철도와 고속도로가 많이 생겼다. 사람들에게 과학을 말랑하게 전달했던 엑스포는 2023년 기준 30년 전의 일이다. 이제 대전 엑스포가 기억 속에 있을 리가 없는 사람들도 많이 존재한다. 그 이후 반듯하게 생긴 건물로 가득찬 신도시가 생겼지만 개성이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대전은 ‘노잼도시’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대전 번영의 시작부터 지금의 정부대전청사까지 정부의 계획 하에 건설되었다. 자연 발화된 콘텐츠를 발굴해야 하는 과정 속에서 ‘노잼도시’는 대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전에 축복이 될 수 있는 존재일 수 있다. ‘노잼도시’로 오히려 대전의 개성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굉장히 불편한 ‘노잼도시’는 세일즈 포인트가 되었고 여러 변주도 생겼다. 대전신세계 Art&Science 건물 내 대전홍보관은 ‘꿀잼도시’라는 것을 강조한다. 오히려 대전이라는 도시를 마케팅하기가 더 쉬워졌다. ‘노잼도시’는 그렇게 다른 도시를 제치고 대전의 상징이 되고 있었다.

대전신세계 Art&Science 건물 내 대전홍보관

대전신세계 Art&Science 건물 내 대전홍보관